여성에게서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문제가 있어 뇌전증 치료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피임약과 항경련제

만일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라면 여러 뇌전증 약물 들이 이 피임약의 분해를 촉진하므로 이런 약을 복용하지 않는 다른 사람과 같은 용량의 피임약을 복용하여도 약이 부족해져서 피임에 실패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피임약의 용량을 늘려야 합니다. 새로 나온 뇌전증 약물들은 이런 경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신 기간 중의 발작의 변화

뇌전증 환자로서 임신한 여성의 약 3분의 1에서는 발작이 평상시와 달리 더 심해질 수가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1) 체중 증가, (2) 약물 분해 속도의 증가, (3) 태아 기형을 걱정하여 순응도가 감소, (4) 임신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약물에 따라 임신 후반기에 약물의 용량을 증가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담당선생님과 잘 상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뇌전증 발작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임신 기간 중의 뇌전증 발작은 (1) 태아 맥박 저하, (2) 드문 경우에 뇌출혈, (3) 유산 위험의 증가를 초래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작에 의한 산모의 사고 위험과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고려하면 임신 기간 중에도 적절하게 치료를 계속하여 뇌전증 발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신이 되었다고 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여 먹는 것은 위험합니다. 만일 임신 예정 전에 발작이 성공적으로 수년간 조절이 된 경우라면 담당선생님과 상의 하에 임신 전에 미리 약을 줄이거나 끊는 시도를 해 볼 수 있겠습니다.

뇌전증 환자에서 기형아 출산 확률

약을 먹지 않는 정상인에게서도 2~3%의 기형아 출산 확률이 있습니다. 약을 먹는 뇌전증 환자의 경우에는 이 확률이 5% 정도가 됩니다.

나올 수 있는 기형 형태는 (1) 신경관결손, (2) 구개순, (3) 구개열, (4) 심장기형, (5) 요도 기형 등입니다. 신경관결손은 신경이 만들어질 때 접합에 문제가 있는 경우들로 여러 형태 중 가장 경미한 척추갈림증이 흔합니다. 이러한 기형아 발생에 대하여는 산부인과 선생님의 도움으로 철저한 산전 검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태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약물 복용을 계속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임신 전에 기형아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약물은 교체를 검토하고 여러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는 약의 개수를 줄이려는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약물 중에는 발프로익산이 신경관 결손의 가능성을 많이 높입니다 (8%~10% 정도).

엽산의 감소와 기형아 발생

임신 중에 약물 복용에 의하여 신체 내의 엽산의 분해가 증가하여 엽산이 감소하게 되는데 이 것이 기형의 중요한 원인의 하나일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뇌전증 약물을 복용하는 임신 예정인 여성은 미리 엽산 복용을 같이 하여 임신이 되었을 때에 기형아 발생 가능성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하루 4 mg 정도의 엽산 복용으로 신경관 결손의 발생 빈도를 70%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신경관 결손은 임신 초기 12 주 이내에 발생하므로 임신 전에 미리 엽산을 계속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Vitamine K의 공급

효소생산을 촉진하는 뇌전증 약물들로 인하여 분해가 촉진되어 신체 내의 비타민 K가 부족해지게 됩니다. 비타민 K는 혈액의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이의 부족은 산모와 태아에게 출혈성 경향을 나타내게 될 수가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임신 마지막 달에는 비타민 K를 공급합니다. 용량은 10~20mg/day입니다. 새로운 뇌전증 약물의 경우 이러한 작용이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항뇌전증 약물의 역할

아직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는 않았으나 현재까지의 임신 결과를 놓고 볼 때 새로운 뇌전증 약물 들 중 상당수는 임신에 안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뇌전증 환자의 임신 등록 사업을 통하여 임신의 결과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등록 사업은 익명을 보장한 상태에서 전반적인 임신 및 태와의 경과를 살펴보려는 사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