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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경험담

장기간 안정제를 복용중인 뇌전증환자 (서울백병원 신경과 박경일)

54세 남자 환자였다. 환자는 20대 후반부터 우측 다리, 또는 우측 팔다리가 떨리면서 의식이 몽롱해지는 증상으로 뇌전증 발작으로 진단을 받고 약물복용을 시작하였다. 검사 기록을 보니 MRI 사진은 정상이었고 뇌파에서 뚜렷한 발작파는 없었다. 가끔은 사람 들이 있는 곳에서 크게 쓰러진 적도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여러 병원, 여러 과에서 뇌전증 약물을 처방 받아왔다. 하지만 발작은 한 달에도 1번에서 7,8회 까지도 있었다고 했다. 환자는 항상 사람들 앞에서 이것이 생길까 두려워, 매우 불안해 하였고, 병원을 방문 할 때마다, 이러한 불안감을 항상 말해온 것 같다. 또한 불면증도 항상 호소하였다. 병원에서 뇌전증 약물과 안정제가 처방되어 복용하였다. 안정제 추가 이후에 마음은 많이 편해진 적도 있었으나, 몇 개월이 지나도 불안감이 여전하였고, 발작 할 것 같은 기분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팔다리 떠는 일의 횟수는 수년이 지나고 약물을 올려도 여전하였다. 뇌전증 약물은 처음엔 한 종류였고 2년이 지났을 때는 2가지가 되었고 이후로는 종류를 바꿔가면서 2가지로 유지되다가 15년이 지났을 때 3가지로 증량되었고 20년이 지났을 때는 4가지로 늘어났으나, 발작횟수는 거의 줄지 않았다.


치료시작 2년이 지났을 때 시작되었던, 안정제의 종류와 양도 계속 바뀌고 늘어나면서 불안감에 대한 치료를 해왔다. 환자는 항상 불안하고 발작이 없어도 기분이 좋지 않고, 차분하지 않다며 호소해왔다. 치료시작 후 3년이 지났을 때 외래방문 직전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발작이 연달아 나타났을 때, 병원에서 안정제 주사를 처방하여 맞았던 적이 있다. 안정제 주사 맞은 이후, 환자는 “주사 맞았을 때가 마음이 가장 편했다”고 했다. 치료 8년 후 즈음, 환자는 “성격이 변한듯하다, 예민해졌다”고 호소하였다. 이후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마다 병원을 방문하여 안정제 정맥주사를 맞기를 원하여 치료 시작 4년째에는 거의 한 달에 한번 정도 주사를 처방 받았었고 이후, 그 횟수가 점차 증가되었다. 15년이 지났을 때는 “주사제 효과가 예전 같지가 않다”고 하였다.


뇌전증 치료가 시작된 지 20여 년 동안, 환자의 몸을 거쳐간 안정제 종류만도 4-5가지에 이르고, 반복되는 주사 안정제의 횟수도 셀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직업과 사회생활, 가정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듯 하다. 외래에서 환자를 처음 보았을 때 받은 느낌은, 매우 불안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고, 안정제 주사처방을 강력하게 원하였다. 하지만, 발작조절을 위한 뇌전증 약물을 증량하는 것에 매우 거부감을 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안정제는 “벤조다이아제핀” 계통의 약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 불안, 공황장애를 포함하여 심리적인 이유로 나타나는 각종 증상에 흔히 쓰는 약이다. 이 또한 뇌전증 약으로 분류될 수도 있고, 특정 뇌전증 상황에서 쓰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과도한 진정작용과 내성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어서 장기적인 뇌전증 약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안정제를 자주 오래 복용하게 되면, 인지기능장애와 감정변화를 일으키며, 경우에 따라 과잉행동과 성격변화 흥분, 공격성이 증가할 수도 있다. 섬망과 혼돈, 환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심지어는 뇌전증 환자에게서는 거꾸로 발작이 증가되는 경우도 있다.


“약물의존”이란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약을 많이 늘려야 하고, 약물을 줄이면 금단증상이 나타나서, 줄이기 힘들어 고생하게 되며, 이로 인해 사회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경우이다. 


뇌전증 환자는, 기본적으로 언제나 불현듯 찾아오는 발작으로 인해 항상 내재적인 불안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환자에게서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안정제가 뇌전증약물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기간의 사용으로, 이처럼 안정제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안정제를 급격히 줄이는 것도 문제이다. 사용하던 안정제를 급격히 줄이면, 불안감이 심해지고, 어지럼, 복시, 빈맥, 불면증, 혼돈 등이 생기고 이는 매우 괴로운 경험이어서 다시 약물을 찾고, 용량을 올려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안정제를 쓰면 초반에는 항상 효과가 좋으나 처음보다 증상이 더 심해지고 이에 따라 약물을 증량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약물을 감량하게 되면 금단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시기를 지나면 이전 상태로 돌아 올 수 있다. 의료진과 환자는 체계적인 스케줄을 가지고 안정제 약물의존에서 벋어날 수 있도록 심리치료와 더불어, 계획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복뽀기 2012.04.22
잘 읽었읍니다. 저도 비슷한 증세가 있었읍니다. 다행히 지금은 호전되어 30년이란 잃어버린 시간이지만 아직도 불안은 뗠쳐내지 못하고 있읍니다. 그저 저를 알고 지낸 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옵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하늘님께서 주신 복입니다. 촌음을 아끼어 열심히 살겠읍니다. 글이 좀 다른 방향으로 흘렀읍니다, 혜량하옵소서. 고독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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