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문제없이 잘 성장하던 5세 남아가 자기 전 양치질을 하다가 갑자기 여러 차례 구토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이는 힘이 없는지 점점 주저앉기 시작했고, 약 20분 정도 경과하였을 때에는 자극에도 반응이 없어 의식이 없어 보였다. 몸은 전체적으로 축 늘어져 있었고, 눈이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입술이 새파래지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머리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응급실로 오는 차 안에서 간헐적으로 왼쪽 얼굴 및 팔 다리를 움찔 거렸고, 응급실에 도착하여 항경련제 주사를 맞고 발작이 멈추었다. 응급실 의사 선생님은 총 발작 시간을 40분 정도로 추정 하였고, 구토가 심하게 있었고, 발작 시간이 길어서 뇌 MRI 검사 및 뇌척수액 검사를 하여 뇌염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 보자고 하였다. 응급실에서 신속하게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특별한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는 약 4시간이 지난 후에 완전히 의식을 회복하였고 추가 증상은 없었다. 이후 외래에서 시행한 뇌파검사에서 후두엽 부위에서 이상파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항경련제는 복용 하지 않았고, 약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발작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발작의 주된 증상이라고 하면 전신 혹은 몸의 일부만 굳거나 떨게되는 운동 증상을 흔하게 떠올리게 됩니다. 이외에도 감각증상과 기억을 못하고 멍하게 있는 증상도 비교적 잘 알려진 발작의 증상입니다. 하지만, 자율신경계 증상을 발작의 증상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율 신경계는 우리 몸의 호흡, 순환, 소화 같은 원초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대부분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 못하는 상태에서 작용하게 됩니다. 이 환자에서는 흔히 보는 경련 증상은 발작의 마지막 부분에 잠깐 있었고, 그 이전에는 의식저하와 함께 구토, 청색증, 창백, 식은 땀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이 주된 증상 이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는 경련증상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발작 인지도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토로 인해 장염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구토와 발작이 동반되어 이 환자에서 처럼 뇌염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형태의 발작은 어느 소아 연령대에 흔하게 발생할까요? 자율신경계 증상이 발작의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나이는 대략 3-6세 입니다. 잘 알려진 양성 롤란딕 뇌전증 보다 발병연령이 조금 빠른 편입니다.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 들께서 “우리 애는 어렸을 때, 체하고 나더니 경기를 했어” 하고 말씀하시는 것을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는데, 아마도 이런 형태의 발작 이었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뇌파에서는 이 환자에서 처럼 후두엽 부위에서 이상파가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다양한 부위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기간 지속되는 발작이 특징 이기도 하지만, 재발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재발을 하여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반응은 아주 좋습니다. 실제로 진료를 하다보면 양성 롤란딕 뇌전증 환자 다음으로 많이 볼 만큼 아주 흔한 소아의 양성 부분발작 중의 하나 입니다. 하지만, 소아 신경과 의사들도 조차도 이전부터 비슷한 환자를 많이 보면서도 양성 롤란딕 뇌전증 처럼 하나의 뇌전증 증후군으로 인식하지는 못했었는데, 최근에 이런 환자의 경과를 요약하여 발표한 그리스 의사 이름을 따라 Panyaiotopoulos 증후군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소아 청소년기에 시작하는 뇌전증의 원인 및 임상양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 중에는 Panyaiotopoulos 증후군 이나 양성 롤란딕 뇌전증과 같이 예후가 좋은 뇌전증도 많아 잘 구별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Panyaiotopoulos 증후군에서 처럼 자율신경계 증상이 발작의 주된 증상인 경우에는 발작으로 인지하기도 어렵고 다른 병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험있는 소아신경과 의사의 적절한 진료가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