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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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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 수기

나의 아들

아름다운 단풍이 한창이다.  맑은 가을 하늘~ 또 겨울이 오겠고
내년이면 기범인 열여섯이된다.
오랜시간 잘 견뎌주는 기범이가 대견하고 고맙고, 또 기범일 그렇게 볼수 있어 감사하다.

기범이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 두돌즈음 -시작되었다. 눈빛이 흔들려 ‘틱’이 아닐까?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하며 병원을 갔다가 ‘간질’ 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놀랐고, 창피하기도 했던것 같다. 사람들이 꺼리는 병-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 내 아들에게 !
 
아무도 모르게 나았으면 하는 맘으로 첨엔 고개가 끄떡끄떡 떨어지며 경기하는 기범일 누군가에게 안보이려 애썼고, 애가 점점 나빠져서 행동도, 말도, 엉망이 되어가고 나서는 장애인걸 표시나지 않기를 바라며, 숨기기에 급급했고, 초등학교 들어가기전에 낫게 해서 일반학교 보내려고 ‘구파발’이며, ‘침’이며 ‘한약’이며 좋다는 곳은 다 찾아 다니고 먹이고 했지만 소영없었다. 기범인 간질도 좋아지지 않았지만 ‘언어치료’ ‘심리치료’를 갈때도 안가겠다고 고집부리고, 도망가고, 난폭한 행동을 해서, 일반학교는 엄두도 못내고 특수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울었던지 ```

그렇게 기범일 정상으로 만들어보려고 발버둥쳤던 그때, 기범인 나에게 너무 힘든 아이였다. 비정상이었고, 모자란 - 나를 모자라게, 불쌍하게 만드는, 감추고 싶은 아이, 나의 치부였었다. 이 고통이 언제 끝나나 싶어 울기도 많이했고, 기범일 미워하기도 했고, 죄책감도 가졌고, 날 버려두고 잘 살아가는 세상이 미워서, 세상이 폭발해버렸으면 하고 바랬었다.
 당연히, 주위의 모두가 미웠었고, 야속했었고 나만 힘든 삶을 산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지옥‘이었다.
 그러다 감사하게도 나 자신을 돌아보고, 기범이와 나를 분리해서 볼수있는, 과정을 갖게 되었고, 지구밖에서 기범이와 단둘이 손잡고 있는 나를 (당시의 난 그렇게 느끼고 살았었다) 바라볼 기범이의 마음을 생각해 볼수있는 시간이 있었다. 너무 맘아프고, 미안해서 얼마나 울었던지, 그리고 그곳에서 그런 내곁에서 오래도록 지켜봐주시고 참아주신, 주님을 만났었다. 몇일을 울었었나보다. 그 시간들은 내겐 정말 행운이었고, 주께서 주신 은혜였다고 밖엔 말할수없다.

 나자신을, 기범일, 있는 그대고 받아들이고 보기로 했고, 조금씩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모자람, 이상함이 아닌 ‘다름’으로
나와 내남편이, 내친구가 다르듯이
말도 안통하고, 하고 싶은건 제재를 받는, 남들보다 조금더 어려운 삶을 살고있는 기범이의 다름은, 좀 힘들게 하는 날도 있고, 웃겨주는 날도 있지만, 지겨울텐데 그 힘든 약을 먹어줄땐, 고맙고, 대견하고, 기특하기만하다.
 
기범이가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삶이 잘살아야하고, 1등해야하며,그저 나만 아는 삶을 살고있었을것이다. 아직도 난 많이 배워야겠지만-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기범일 통해서
기범인 내삶의 가장 큰 아픔이었지만, 가장 큰 가르침이었고, 내 맘의 지옥들을 ‘평온’으로, 흘러가는 대로 맡길줄 아는 지혜를 가르쳐준 나의 선생님이다.

아직도 기범일 키우는 건 어려울때가 많다.
그래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불어 살아감을 배우며 난 잘 살아갈수 있다.
도움받지도 주지도 않던 예전의 나보단 훨씬 멋있어진것도 기범의 덕이다.

지난해하던 문제행동이 줄어든걸 새삼 느끼며 자라가는 아들을 보는 기쁨, 기범을 도와주며 작은 엄마노릇을 하는 딸을 바라보는 대견한 마음, 모자람은 또 다른 채워짐임을 느낀다.
기범의 엉뚱한 말, 행동은 ‘개콘’을 능가한다. 우리가족은 그래서 많이 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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